자원봉사 생각

  • 깃털칼럼
  • 이슈모음

깃털칼럼

> 자원봉사 생각 > 깃털칼럼

제목 [기본] 자원봉사 현장이야기3-그 남자의 낡은 운동화 등록일 2019.01.25 15:50
글쓴이 나눔세상 조회 284

 

 

그 남자의 낡은 운동화

 

 

 

 

- 글쓴이 : (사)나눔세상휴먼플러스 대표 김보연(자원봉사 관리자 입문하기) -

 

 

 

그를 만난 건 3년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의 나무심기 자원봉사활동을 준비하는 미팅 때였다.

 

한 단위를 책임지는 높은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설립되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자원봉사단체를 기꺼이 만나 주었다.

 

사람은 목소리에서도 신뢰감을 준다고 하는데 그의 목소리에서 신뢰의 첫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미팅 내내 그는 우리 단체가 하는 자원봉사활동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더 있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수도권매립지를 세계 유수의 정원 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와 구체적 계획과 함께,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 쓰레기가 매립되는 현장, 매립지에서 발송하는 가스를 처리하는 방법,

 

가스로 식물을 키우고 있는 농장 등 매립지 현장을 직접 함께 돌아보며 설명해주었고

 

직원들이 식사하는 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정성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작은 단체 하나를 최선을 다해서 대하는 모습에서 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안않던 그의 신발이 내 눈에 들어왔다.

 

흙이 묻어 있는 아주 낡은 등산화였다.

 

'오늘 현장에 나가니 한 번 신었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그 다음 미팅 때도 또 흙 묻은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그 다음 미팅 때도 같은 운동화였다.

 

그래서 내가 왜 운동화를 신고 있는지를 물으니

 

'매립지는 언제나 현장을 살펴야할 일이 많고 갑작스럽게 현장에 가야할 일도 많이 발생해서

 

늘 운동화를 구비하고 있다. 몇 개를 바꿨는지 모른다.'는 말이 돌아왔다.

 

현장이 그의 업무였고 그의 생활이었고 일상이었다.

 

 

 

늘 매립지를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지,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정원과 시민들이 찾는 공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의 자발적인 힘을 모아 매립지를 함께 가꾸어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행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그에게서 보였다.

 

그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공공기관의 많은 책임자와 실무자들을 만나보았지만

 

그처럼 높은 책임감과 사명 의식을 가지 사람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의 낡은 등산화에는 그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던 것이다.

 

 

 

자원봉사 현장을 누비는 나에겐, 우리 자원봉사 관리자들에겐

 

그의 흙 묻은 낡은 운동화와 같은 그런 물건이 있을까? 뭐가 있을까 싶었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미팅을 위해 사무실에 구비하고 있는 정장 한 벌?,

 

걷는 활동이 많아 철마다 새로 구입하는 운동화?,

 

언제 어느 떄나 일정관리를 체크하는 다이어리와 구글 캘린어?,

 

햇볕이 심한 날을 위해 준비해둔 모자와 팔토시? 등등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현장 활동이 일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비하고 있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물건들이었다.

 

 

 

그의 흙 묻은 낡은 운동화는 나에게 전문가의 진정성을 배우게 해주었다.

 

그 사람이 간직하고 있는 물건 하나만 봐도, 말투 하나만 들어봐도, 행동거지 하나만 살펴봐도

 

그 사람의 진정성이 알려진다.

 

그 진정성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시그널로 다가온다.

 

자원봉사 관리자들에게도 그런 물건이 하나쯤은 있기를 희망해본다.

 


 

KakaoTalk_20160912_094818040.jpg


20160804_163113_HDR.jpg

Sequence 02.Still141.jpg

 

 

 

 

 

 

파일첨부 :
1. 20160804_170723.jpg 다운받기 다운로드횟수[257]